허가성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
1. 개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화폐(cryptocurrency)는 비허가성(permission-less) 블록체인으로 누구나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참가하여 거래내역을 열람 및 검증하거나 화폐발행에 참여할 수 있다. 비허가성 블록체인의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허가(permission)도 필요하지 않는 것과 반대로 허가성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해서 특정 형태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처음 비트코인이 소개된 이후 초기에는 대부분의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비허가성 플랫폼으로 개발되었으나 최근 들어 금융권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하여 허가성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용어 대신 분산장부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허가성 블록체인은 비허가성 블록체인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는데 비허가성 블록체인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다.
2. 개방형(public) 비허가성(permission-less) 블록체인의 (현재의) 한계점
2.1. 확장성(scalability)
현재의 대부분의 개방형 블록체인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의 수에 제한이 있는 확장성 문제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초당 3-5개, 이더리움은 7-15개 정도의 거래만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결제업체인 비자(Visa)가 초당 약 3,000개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식 거래를 처리하는 증권거래소는 초당 수십만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확산되어 수백억개의 스마트 기기들간의 수많은 기기간 거래(machine-to-machine payment)를 처리하기에 현재의 개방형 블록체인은 확장성에 큰 제한이 있다.
2.2. 거버넌스(governance)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과 같은 분산 경제 시스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수십조 이상의 시장가치를 갖는 초국가적인 경제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정책(i.e. 프로토콜 변화 혹은 업그레이드)에 어떠한 방식으로 합의하고 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일례로 비트코인 생태계의 가장 큰 화두인 블록크기의 증가(block size increase)를 볼 수 있다. 2017년 8월 1일 전까지 비트코인 블록의 크기는 1MB로 제한되어있었는데 비트코인 코어(Core)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한 개발자 집단은 블록의 크기가 커질수록 네트워크의 대기시간(latency)이 길어져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중앙화(centralization) 된다고 주장하며 블록크기의 증가를 반대했었다. 반면 중국의 채굴자(miner)를 중심으로 한 다른 집단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블록크기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대립해왔다. 지난 수년동안 두 그룹은 트위터(Twitter)와 레딧(Reddit) 등의 플랫폼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많은 경우에 이러한 논쟁은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한 건설적인 논의보다는 주관적인 감정과 추측을 바탕으로 한 인신공격의 성향을 띄었다. 급기야 레딧의 r/bitcoin 커뮤니티의 중재자(moderator)가 블록크기 증가와 관련된 하드포크(hard fork)에 반대하면서 블록크기 증가를 주장하는 글들을 검열(censor)하기 시작하였고 레딧의 r/btc 커뮤니티에 블록크기 증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고 두 커뮤니티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근거없는 악의적인 주장들을 하고 있는 등 의견대립이 건설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치닫았다. 비트코인의 분산화된 의사결정 과정은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성향을 띄게 되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그룹에 대한 인신공격과 주관적인 추측들이 난무하는 등 기존 정치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들도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의 개방형, 비허가성 블록체인의 경우 이러한 정치적인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가격 및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안정성과 사용성(usability)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으로서는 비허가성 블록체인의 사용이 꺼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3. 데이터 익명성(data privacy)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서는 160비트의 비트코인 주소값을 가명(pseudonym)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동작한 시점부터 모든 거래내역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어 있어 누군가 나의 주소값을 알고 있다면 나의 비트코인 모든 거래내역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비트코인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활용하여 전 세계의 법 집행기관(law enforcement agency)들은 상호간 협력을 통해 다크 웹(dark web) 상의 불법 거래소인 알파베이(AlphaBay)와 한사마켓(Hansa Market)을 추적해 불법거래 관련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거래내역을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개방형 블록체인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3. 다양한 허가성 블록체인
3.1. R3
R3는 80개가 넘는 은행, 금융기관, 규제기관, 무역협회 및 기술기업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분산 장부 플랫폼(distributed ledger platform)인 코다(Corda)를 개발하고 있다. 2015년 9월에 출범하였으며 낡은 금융 시스템간의 상호운용성을 증진시키고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3.2. Hyperledger
하이퍼레저(Hyperledger)는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의 주도하에 개발되고 있는 오픈소스(open-source) 프로젝트로서 금융,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공급체인(supply chain), 제조업 등의 다양한 산업군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이퍼레저는 분산장부 프레임워크, 스마트 컨트랙트 엔진,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종류의 비즈니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분산장부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의 공통 요소들을 재사용하고 이들을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하이퍼레저 페브릭(Fabric)은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를 구현하고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요소들이 플러그 앤 플레이(plug-and-play)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도록 한다.
3.3. EEA(Enterprise Ethereum Alliance)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는 기업에서 활용가능한 블록 체인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사생활 보호, 비밀유지, 확장성 및 보안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기업에 특화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허가형 버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2017년 2월 28일 처음 출범한 이후 다양한 은행, 기업, 로펌 및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